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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토르 토르 기억상실 4

둘은 맨하튼으로 돌아감. 어벤타워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토니에게 인사함. 토니는 극-혐 표정으로 로키를 노려봄. 기억 없는 형 데리고 잘 하는 짓이다 음험한 레인디어, 라고 말하자 로키도 지지 않고 칭찬 고맙네 고철개미, 답해줌. 허허 싸우지 말게나, 눈치 멸망한 토르의 중얼거림.


출근한 토르는 평소대로 앞치마 끼고 청소하면서 손님 맞을 준비함. 로키는 구석 자리에 앉아 토르가 만들어준 모닝 라떼 마심. 이젠 말 안해도 시럽 2펌프에 계피가루까지 올려서 동생 취향대로 잘 만들어줌ㅎ 오늘 안바빠? / 섬을 띄우는 작업이 끝나서 한가해, 마치고 어디갈까? / 네가 정해 / 응


시간을 달라곤 했지만 기한을 정하지 않았음. 토르는 자신의 대답이 반쯤 승낙이었음을 자각하고 있음. 허리를 둘러오는 로키의 손도 억지로 밀어내지 않음. 얼떨결에 동생의 투정을 받아주는 것 처럼 되었는데 전혀 거슬리지 않음. 로키와 함께 다니는게 편했음. 과거 사이가 나빴다던게 믿기지 않음


연인의 명소인 다리위를 걷고 소원을 이루어주는 분수에 동전도 던져 넣고, 참 누가봐도 사귀는구나 싶은 행동들만 골라 했음. 가끔 장난을 치긴 했지만 로키는 토르가 빼기 전까지 먼저 손을 놓는 법이 없었음. 로키, 하고 부르면 반드시 답할거란 믿음이 있었고 거기서 안정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함


과거를 모르는 토르는 위태로운 현재에서 로키라는 동반자를 만났음을, 한적한 공원에서 그렇게 말했더니 로키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숙였음. 왜 그러냐는 토르의 물음에 감격스러워서, 라고 짧게 대답함. 로키가 입을 열었음.


이런 기분이었구나

뭐가?

신뢰를 받고 그대로 돌려주는 기분


토르는 웃었음


토르와 함께 다니게 된 이후로 로키는 약간 변했음. 아니 변했다기보다 너그러워졌다고 해야겠음. 불신의 얼굴을 해오는 스티브에게 대견스럽게도 “형의 친한 친구 아닌가? 앞으로 자주 보게 될 듯하니 먼저 인사올리지.” 라고 예의바른(?) 말도 건냄. 물론 쉽게 믿을순 없으니 다들 얼떨떨한 반응임


어느 날은 새 수트를 얻은 피터가 연습하는거 보러 감. 토니가 만들어둔 임시 가용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던 피터는 멀지 않은 곳에서 손을 붕붕 흔드는 토르를 발견함. 거미소년! 오늘도 날쎄군! 하면서 껄껄 웃음. 피터가 환하게 웃으며 손인사 돌려주는데 근처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오는 로키를 봄ㅋ


으악!


삐끗해서 건물 아래로 낙하하는데 토르가 날쎄게 달려가서 멋지게 받아줌. 졸지에 토르에게 안긴 피터는 가, 감사합니다, 말 더듬으면서 인사함. 토르가 내려주자 어색하게 서서 머리 긁적이는데 로키가 다가온다.


이봐, 꼬마

네..네?

미숙하군

음, 연습중이에요


울컥했지만 순순히 대답함ㅎ


내 형이 미드가르드에 적응하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던데, 로키의 말에 피터는 어...? 하다가 퍼뜩 고개를 붕붕저음. 별 대단할 것도 없었어요. 토르는 저보다 훨씬 강한데도 금방 배웠거든요. 초반에 토르가 어벤타워 왔을때 힘조절 알려준거 때문에 그런거였음. 당연하지, 로키 오만하게 웃음ㅎ


토르 오딘슨은 아스가르드의 왕이며 그 올파더 오딘의 적장자(헬라는 이미 치움)이니라, 근-엄 하게 말하는데 토르가 그만하라며 등을 두드리지 않았으면 하루종일 일장 연설할 기세였음. 어색했던 분위기는 토르가 끼어들자 금새 화기애애해짐. 로키는 혀를 차며 형이랑 수준이 딱 맞다고 생각함


셋은 레스토랑도 감. 로키가 요상한 마법을 써서 시가지로 이동했는데 닥스의 어디로든 문! 보단 순간이동에 가까운 기술이라 피터가 놀라할거 같다. 여튼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가서 밥도 먹고 대화도 나눔. 주로 피터와 토르가 왁왁 떠들면 로키가 조용히 끼어들어 틀린 정보 정정해주는 모양새였음


대화가 길어질수록 긴장이 풀린 소년은 겁이 없어짐. 젊은이의 패기 ㄷㄷ


그 혹시 두, 두분은 사귀는 사인가요?


피터의 말에 토르는 순간 말이 없어짐.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고민하는 눈치임. 로키는 형을 흘끗 봤다가 한숨을 푹 쉬고 대답함


아니야

어,어 정말요?

그래

그치만 전에 그 타워에서..


피터가 머뭇거리면서 둘의 눈치를 봄. 로키는 주름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펴며 입을 열려고 함. 그때 토르가 끼어들었음.


맞아

?

나와 로키는 사랑하는 사이다

!!

??


토, 토르? 로키가 당황해 엉덩이를 들썩임. 피터는 입을 딱 벌렸음. 토르는 호탕하게 하하하 웃음


사실이지 않느냐 그렇지 로키?


어? 그 그래 


당황한 로키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피터는 찍어올린 포크에서 감자튀김이 떨어진 것도 모르고 둘을 번갈아가며 봄. 


어, 그, 저, 추 축하해요

고맙다 거미 소년


로키는 미개한 미드가르드식 스테이크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기계적으로 나이프를 움직임


처음에는 당황했던 피터도 다시 활기차게 대화를 이어감. 노르웨이에 가보고 싶다는 피터의 말에 로키 어깨를 탁탁 치며 한가해지만 초대할 수 있을걸세! 하며 대답을 구함. 로키는 마른 손으로 입가를 쓸며 고개 끄덕이고ㅋ 식사 끝나면 자기 알바하는 카페가자는 토르. 라떼아트 대접할 생각 만반임


우유거품에 거미 그려주니까 피터가 순수하게 놀람. 와 대단해요! 진심이 담긴 소감임. 그도 그럴것이 대단한 갓옵썬더가 파워집중해서 어깨 모으고 조물조물 거미 그리고 있으니까 레알 신기할만도 함. 로키는 아스가르드 왕이 필멸자 앞에서 소꿉장난같은 짓거리를 하니까 조금 짜증났지만 귀엽다고 생각함.


피터와 헤어진 둘은 한적한 거리를 걸었음. 날씨가 싸늘하다. 로키는 계속 벼르던 것을 물어봄


그 말 진심이야? 날 사랑..

진심이야

실망하고 싶지 않아, 브라더


일부러 형이라 불렀음. 가로막힌 벽을 넘을수 있을지 떠보는 것처럼


오딘께 맹세코


올파더를 언급하는 토르를 보며 말문이 막힘


형은 기억이 없어서 아버지를 건 맹세의 무게를 몰라

로키 너는 알고서도 나를 잡았지 않느냐

나는 원래 그런 놈이야. 교활하고 저밖에 모르지. 그러나 형은 달라

스스로를 비하하지 말아라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형 나를 사랑해?


그토록 구애했건만 정작 얻으니까 덜컥 겁이 난 모양이다.


사형 선고를 눈앞에 둔 죄수처럼, 로키는 벌벌 떨며 토르를 바라보았다. 녹빛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걸음을 멈춘 둘은 깜빡이는 형광등 아래에서 마주보고 섰다. 오가는 사람들이 흘끗거렸지만 로키는 마법을 써서 위장할 겨를이 없었다. 토르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 로키. 너를 사랑한다.


토르는 한 발 앞서 발을 움직여 굳은 몸을 안아주었다. 로키는 그런 토르의 등에 팔을 두르고 악을 쓰듯 한마디 한마디 내뱉었다. 


거짓이 아님을 맹세해

맹세하마

나는 멋대로 굴거야, 형을 억압하고 집착같은 애정을 강요할지도 몰라

내가 좀 관대하잖느냐

사랑해

그래


우는거냐

오, 멍청한 토르. 형은 아무것도 몰라...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인지.

로키

사랑해...


덩치 큰 남자들이 깜빡이는 가로등 아래서 절절하게 사랑을 고백하고 있음.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토르와 로키는 둘만의 세상에 빠진 것처럼 한참을 껴안고 있었음.










웁스, 뜨거운 커플들 납셨다 납셨어!


어벤타워에 도착한 토르와 로키를 오만상 찌푸리고 있는 토니가 반겨줌


다녀왔네

경박한 표정이군, 스타크


토르는 웃으며 인사했고 로키는 특유의 오만한 눈으로 고개를 까딱임. 토니는 인상을 펼 생각도 없이 화면을 하나 띄움. sns에 올라온 폰 카메라 영상임


방금 올라온 따끈따끈한 영상임. 지나가는 시민에 의해 촬영된 로키와 토르의 뜨거운 포옹 장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찍혀서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사랑해’ 라는 한마디는 제대로 녹음되어 있음


미개한 개미들

음, 나 이거 스티브에게 배웠네. 그 프라이버거 침해?

프라이버시


영고토니....


서로 죽고 못살아서 뭔 짓을 하려거든 제발 사람들이 안보는데 가서 해! sns로 퍼지는걸 겨우 막은 토니가 이마를 짚으며 말하자 로키가 비웃음. 내가 왜 지구인 따위의 반응을 살펴야 하지? 토니 빡친다. 너네형 어벤저스인거 잊었냐며 동생(과거 뉴욕에서 80명 죽임)과 연애한다고 하면 이미지 참 좋겠다고 비꼼


로키는 콧방귀도 안낌ㅎ 토니는 다 포기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여튼 이미지 관리 좀 하라고 함. 알겠네! 토르가 대신 씩씩하게 대답함. 토니는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마음 바뀌면 언제든 말해. 저녀석 가둬둘 만큼 튼튼한 감옥 많으니까." 조언하곤 손 팔랑팔랑 흔들며 응접실에서 나감


토르에겐 불안한 점이 있었음. 기억의 유무. 충동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어쨌든 토르는 로키를 받아들임. 온전히 본인의 선택이었음. 하지만 잃었던 기억을 찾는다면? 과연 완벽해진 토르 오딘슨은 제 동생을 애틋한 마음으로 품을 수 있을까? 미지의 영역임. 무엇도 확신할 수 없음.


형제라는 단어는 신뢰의 증표이기도 했고 얽매는 족쇄이기도 했음. 지금까지 형은 전자에 동생은 후자에 중심을 뒀었지. 멀지않은 미래에 기억을 찾았을때, 마음의 변화를 장담할 수 없음. 또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고민하는 토르도 쌓은 기억이 증발한다는 닥스의 가설을 모른다는 것임









어쩌다보니 분위기를 타버렸음. 문이 열리자마자 로키가 황급히 입술을 겹치고 토르를 침대로 밀고 감. 어어 하는 사이에 침대에 털썩 앉혀짐. 허벅지 사이로 제 발을 밀어 넣고 계속 키스함. 후드 및 맨살을 더듬는 손길에 어리버리하던 토르는 침대 시트를 더듬으며 뒤로 밀려나는 형세가 됨


키스해오는 로키를 받아주며 토르는 제인의 말을 떠올림. '당신은 너무 강해요, 남에게 기대려 하지 않죠. 그게 나를 의존적으로 만들었어요.' 그 말에 토르는 기억 저편에서 묻힌 희미한 감정 하나를 떠올림. 연약한 미드가르드인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그녀를 곧 깨질 유리처럼 대하던 자신의 모습


그러나 제인은 토르의 예측과 달리 강한 여성이었고.. 연애에 있어 담백한 편이었던 토르는 상대와 깊은 내면의 교류를 해본 경험이 전무했음. 기본적으로 오는 사람 안막고 가는 사람 안잡는 주의였는데 제인은 달랐지. 그녀와 함께 사막에 누워 밤하늘 별을 헤아리던 경험은 꽤나 강렬한 것이었으니


뿌연 머릿속을 헤집는 것은 제법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음. 표정을 숨기는데 미숙했던 토르의 감정은 쉽게 얼굴에 드러남. 집중해. 로키가 인상을 쓰며 말했음. 드러난 목덜미를 쓰다듬자 소름이 오소소 돋음. 로키가 마인드리딩을 익혔으면 극대노 했을것임ㅎ 토르는 뜨끔해서 억지로 미간을 폈음


혀가 섞일수록 등줄기가 찌르르 자극받음. 어쨌든 이 키스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쾌락을 위한 섹스였고, 그 목적에 걸맞게 로키는 침대등받이까지 몰려 더는 도망칠 곳이 없는 제 형의 다리사이에 몸을 위치시킴. 그리곤 딱딱하게 굳은 몸을 껴안고 부드럽지만 집요하게 접촉 범위를 늘려갔음


무슨 생각해?


입술을 뗀 로키가 코가 닿을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물어봄. 토르는 상기된 얼굴로 아무것도, 라고 대답함. 암만 눈치가 없어도 이 순간 제인 이야기를 꺼낼 만큼 멍청이는 아니었음. 로키는 그 대답이 거짓임을 간파했지만 별다른 추궁없이 다시 입술을 붙였음. 토르.. 형... 숨이 뒤섞임


질척이는 소리가 남. 토르는 숨을 몰아쉬면서 로키의 얼굴에 손을 올렸음. 굵은 손가락이 눈가를 스치자 로키는 자신이 울고 있음을 깨달았음. 자꾸 왜 이럴까? 고백한 이후로 퍽하면 눈물이 남. 순간 부끄러워진 로키는 제 눈물을 닦아주는 토르의 손을 거칠게 낚아 채고 입술로 목까지 더듬어 내려옴


차가운 입술로 뜨거운 온기가 전해짐. 로키는 달아오른 몸을 먹어버릴 기세로 핥고 씹으며 맛보았음. 읏, 가슴까지 내려온 입술이 한 점을 강하게 빨아올리자 토르가 인상을 쓰며 얕게 신음함. 평소에는 조금도 의식하지 않았던 민망한 위치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약간 충격을 받았는지 표정이 굳어짐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들어가자 로키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음. 형, 아파. 그러자 손에서 힘을 빠짐. 그만 좀 쑥맥처럼 굴어. 로키가 타박하며 허리를 쓸어주자 토르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낮게 대답했음. 


그렇지만 뭔가... 

뭔가?

생소하구나


로키는 눈을 크게 떴음


처음?

그, 글쎄


말을 더듬으며 의문을 표하는데 진심이었음. 기억이 없으니까 모를 수 밖에! 로키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했음. 제 형이라면 nnnn년 세월동안 남녀 가리지 않고 성경험이 있었으리라 막연하게 생각했음. 그러나 처음이라면? 이어진 신체반응에서 어색하고 당황스러움이 느껴지는 걸 보면 사실일지도 모름.


갑자기 머리 끝까지 열이 오름. 특별히 형의 첫 상대에 연연하지 않았는데도 눈앞이 아찔해짐


눈앞에서 흐트러진 형이 물기 찬 눈으로(안웁니다)

제 어깨에 힘겹게 매달려서 애원하며(매달림x 애원x 툭치면 로키 날려버릴 정도로 힘 넘치는 상태)

처음이라고 부끄러워 하고 있음(건-장하게 시선 맞추는 중)


여기 갓옵썬더는 경험이 있을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라는 명제를 치워버리고 '형의 처음은 나' 라 확정 지어버린 답없는 왕제님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부드럽게 해줄게." 젠틀하게 속삭임


살살 안해도 되는데.. 토르 매우 튼튼한데...따흐흑


여튼 열정적으로 더듬으며 제 이름을 연거푸 부르는 로키가 귀엽게 느껴짐. 토르는 하하 그래그래 에라 모르겠다, 하며 집요하게 달라붙어오는 동생의 등뒤로 손을 두르고 살내음을 들이킴. 저 멀리서 아릿한 쾌감이 척추를 따라 찌르르 올라옴










먼저 눈을 뜬 로키는 고개를 들어 저를 품에 가두고 잠든 토르를 봄. 어제 둘은 완전히 선을 넘음. 기분이 좋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했음. 로키는 토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음. 한때는 속을 갉아 먹던 열등감에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웠던 남자인데 지금은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건지


짧은 머리를 쓰다듬자 으음-작게 소리내더니 눈을 가늘게 뜸. 더 자, 아직 새벽이야. 로키가 다정하게 속삭이자 토르가 눈을 감고 로키의 손등에 제 손을 겹쳤음. 별거 아닌 행동이었지만 둘 사이를 채우던 미묘한 거리감이 완전히 좁아졌음을 느끼고 새삼 감회에 젖었음. 형도 나를 사랑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터져나오는 벅찬 환희에 또 눈물이 흐를 것 같음. '울지 마라 로키.' 속을 파고드는 동생의 등을 쓰다듬으며 나직하게 말하던 토르의 목소리가 떠올랐음. 꿈이 아니었음. 로키는 입술을 떨며 손바닥으로 눈을 감쌌음. 너무 행복했음. 이대로 죽어버려도 좋을 정도였음.


아마도 처음으로 만족을 모르던 텅 빈 속을 가득 채운 것 같음. 로키는 간밤의 흔적이 가득한 토르의 벗은 몸 위로 시트를 덮어줌. 침대 밑으로 두 다리를 내리자 토르가 잠긴 목소리로 눈을 감은 채 물었옴. 가려고..? 로키는 응, 처리할 일이 있으니 오후에 형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올게, 대답함


로키가 사라진 뒤로 한참을 더 자던 토르는 알람소리와 함께 눈을 뜸. 몸을 일으켰는데 목이랑 가슴부분이 아팠음. 내려다 보니 이빨자국이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음. 토르는 목을 좌우로 왔다갔다 스트레칭을 하며 욕실로 향함. 체력은 자신이 있었는데 잔뜩 벼르던 상대와 밤을 보내서 그런가 피곤함


그날 저녁 둘은 조소 전시회를 갔음. 이름 모를(들어도 잊을) 신인 작가들이 만든 조각상이 가득했는데 지구의 현대 미술은 토르에겐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음. 촌스럽게 굴지 마, 라고 말한 로키도 취향이 아니었던지라 실패를 자각하고 있었음. 저녁 식사는 토르가 좋아하는 식당으로 감


고백하고 받아들이고 키스하고 몸을 섞고, 평범한 연인들의 단계을 밟으면서도 둘은 여전히 형제였음. brother 호칭을 사용함에도 거침이 없었음. 가끔 로키는 섹스하면서도 토르를 형이라 부르곤 했음. 그럴때마다 민망해하는 토르를 보면서 은밀한 배덕감을 즐기는 것도 나름의 묘미였음


둘이 사귄다는 말을 하자 호크아이가 극-혐 표정을 지으며 로키를 노려봄. 냇은 혹시 테서렉터를 이용해 정신지배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음. 사카아르와 아스가르드의 사정을 아는 배너가 중재해서 그럭저럭 넘어가게 됨. 궂은 시선이 저를 향해 박힐때마다 로키는 모른척 토르 뒤에 숨었음ㅎ


토르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로키를 변호해줌. 뒤에서 얄밉게 샐죽거리며 ㅗㅗ 날리는 로키를 보며 스티브가 방패를 만지작거림. 토니는 짜증나지만 닥스와의 계약을 알기에 캡을 말렸음. 그런 토니도 "스타크, 이걸 새걸로 교체해." 한도초과된 카드를 내미는 로키를 보며 수트 입을뻔함ㅎ


장난의 신 어디가겠음? 로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멤버들을 도와주면서도 슬쩍 곤란한 상황을 만들며 미스치프로서의 악명을 유지했음. 그래도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있었다. 토르가 "로키 장난은 그쯤해둬." 진중하게 말리면 그 말을 들었음. 나름의 한계선인 셈이었음. 어벤 멤버들도 차츰 익숙해짐


그대로 주욱 흘러갔으면 좋겠지만 로키는 가슴 한구석에 제 바람이 이뤄지지 않을 거란 불안을 품고 있었음. 그리고-







토르에게 두 번째 플래시백이 찾아옴. 로키는 재빨리 토르를 부축해 닥스에게 데려갔음. 두통을 호소하는 형의 떨리는 손을 꼭 잡아주며 이기적인 기도를 함. 제발 토르가 기억을 찾지 못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