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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준호 1

어딘가에서 풀었던 썰인데 완결난 김에 몰아서 올려봄.


베테랑 '조태오' X '최준호' 검은사제들




조태오가 큰 개 키우는데 준호는 큰 개한테 트라우마 있잖음. 그니까 태오가 큰 개 데리고 다니다가 좁은 길에서 김신부가 시킨 포도주 사러 나온 준호랑 맞닥뜨리는거임. 준호는 길도 좁은데 태오가 키우는 개들 진짜 존내 건장하고 사나우니까 으를르을릉릉 하는거 보고 기겁해서 트라우마 발동. 최대한 전봇대 뒤 틈으로 딱 달라붙어서 태오랑 개들이 지나가길 기다릴 것 같다. 고개 푹 숙이고 눈도 안마주칠려고 하겠지. 태오는 태오대로 키는 멀대같이 큰 남자가 잔뜩 쫄아가지고 구석에 짱박히니까 가학심 충족되고 기분 죠아서 일부러 슬슬 전봇대 쪽으로 개 몰고 가겠지. 그러다가 고개 숙이고 있는 준호 얼굴 밑으로 얼굴 쑥 집어넣고 어어 신부님~ 미안해요~ 우리개들이 좀 크죠~~? 하면서 그 특유의 건들건들거리는 존댓말 했으면 조케따. 준호는 개 두세마리가 자기 둘러싸고 냄새 킁킁 맡고 있으니까 정신 하나도 없음. 네네 괜찮아요ㅗ 네...근데 얘네들좀.. 하면서 덜덜덜 떨어쓰면 조케따. 몇 분간 희롱 좀 해주다가 개 물려주니까 덜덜 떨면서 존나 빠르게 달려가는 거 보고 낄낄 웃는 태오 보고싶다.





***





골목 겁주기 이후 태오는 그 사건을 잊고 있었음. 태오에겐 더 신경써야할 일이 있었음. 아부지 빽으로 감옥에서 나온 탓에 완전히 눈밖에 나서 설설 기고 있기 때문임. 배당받은 지분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날이 갈수록 줄고 있었음. 비상한 머리로 요기조기 돌려 놓은 비자금이 아니었으면 집에서 용돈 받아 쓰는 신세로 전락했을지도 모름. 천하의 조태오에게는 굴욕도 이런 굴욕이 음슴. 그렇다고 대놓고 서도철 애들에게 복수하기에는 세간의 눈이 집중되어 있으니 무리임. 결론은 당분간 얌전히 쳐박혀 지내야 한다는 거심. 존나 좆같음. 아무튼 그 탓에 태오는 전처럼 노는 것도 맘대로 못했음. 비밀 금고에 쌓인 마약과 콜걸들 번호가 울고 이씀. 언제 구속영장 들고 들이닥쳐서 머리카락 뽑고 소변받아갈지 모를 일임. 그렇게 태오의 욕구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제한당해 있는 상황임. 


태오는 할 만한 일이 별로 없었음. 사냥개 몇 마리 데리고 산책가는 정도? 처음엔 개들 마스크도 안하고 나가서 주민 항의 몇 번 받다가 최근엔 입봉도 제대로 했음. 태오 죤내 준법 시민임...은 옘병. 해외로 뜨는 날만 기다리는 중임. 출국정지 해지되는 날을 위해 원기옥 모으는 거징. 최대한 책 잡히지 않도록 얌전히 지냄. 암튼 야밤에 산책하고 있는데 또 준호를 만나는 것이 옳다. 신부복+키큼+잘생김 쓰리쿠션이라 잊을래야 잊을 수 없음. 태오는 멀리서 뛰어 오는 준호를 향해 아는 척 하려고 손을 들었음. 달려오는 준호는 뭔가 음청 급해 보임. 땀 줄줄 흘리면서 품에 포대기를 안고 있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꿈틀거리는 걸 보니 무슨 동물같음. 개와 함께 있는 태오는 전처럼 준호가 겁을 먹을거라고 김칫국을 마시며 흐뭇한 미소를 지음. 그런데 준호가 가까워지자 개들이 순식간에 꼬리를 배밑으로 말아넣고 바닥에 넙죽 엎드려 설설 기는게 아니겠음? 뭐야 너희 왜 이래. 야. 당황한 태오가 발로 툭툭 건드려도 개들은 끼잉낑 소리만 내고 존나 불안해함. 그러는 사이 준호는 포대기를 안고 스쳐 지나감. 어어 잠깐.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시비도 못털었는데) 뒤 돌아보니 벌써 멀리 저어어어 멀리 가있음. 씨발 잘뛰네 저거. 멧돌 손잡이가 없음. 스쳐지나가던 준호의 품에서 뀌에에엑 하는 소리를 얼핏 들은 것 같은데 확신은 없었음. 


두번째 만남 이후로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그 젊은 신부를 찾아봐야 겠다고 생각함. 어차피 할 일도 없었음. 태오는 부하들을 시켜 신부들에 대해 조사하라고 함. 특징은 존내 잘생기고 젊고 키큼. 황당한 주문이었지만 조태오 부하들을 우습게 보면 안댐. 능력 짱짱 조은 거시다. 여튼 시킨지 이틀만에 몇 명을 추스려 왔는데 거기 딱 있었음. 증명사진과 서울 카톨릭 대학교 7학년 학적기록부. 이름은 최준호. 빵끗 웃고 있는 사진 보니 쥰내 해맑아 보임. 태오가 본 건 겁에 질려 벌벌 떠느라 잔뜩 굳은 얼굴, 인상 쓰고 급하게 달려가는 얼굴 뿐이었음. 웃으면 이렇구나 하고 생각하니 괜히 흥미가 동함. 부하 말을 들어보니 요즘은 학교에 잘 안들어오고 김 뭐라는 신부 따라 다니며 현장실습을 한다고 했음. 근데 그 현장실습이 구마라고 하는 무슨 엑소시즘 비스무리한 거라고 함. 여기서 조태오는 피식 웃음. 부하는 자세한 내용은 알아내기 힘들었다는 말도 덧붙였음. 아직 신부는 아니고 부제랍니다. 설명을 다 듣고 고개 끄덕이며 부하를 내보냄. 


찾기는 찾았고 이제 앨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재밌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아버지가 불러서 찾아감. 아버지와 사업적 공생관계인 00그룹 셋째 아들이 아프니 병문안 가보라는 거였음. 물논 그건 핑계고 요케요케 눈 먼 돈이 오가는 자리였음. 태오는 피식 웃으며 간다고 함. 그렇게 그날 저녁 00그룹 셋째 아들이 요양하고 있는 별장으로 찾아감. 원래라면 별장 입구에서 임원과 만나 홍삼 박스를 주고 받으면 끝나는 간단한 일인데 태오의 예리한 눈이 익숙한 인영 하나를 포착해냄. 저들은? 태오가 턱끝을 들어 멀지 않은 주차장 리무진에서 내리는 두 남자들을 지목함. 임원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함. 아 그게 기도를 위해 들른 신부님들 입니다. 태오는 흥미가 동해서 병문안 온거니 환자 얼굴이라도 보고 가겠다고 말함. 임원이 곤란해 하자 태오가 손에 든 홍삼 박스를 들어 올리며 어차피 한 배를 탔는데 쓸데없는 헛소문은 안 퍼트릴 거라고 안심시킴. 그렇게 조태오는 엑소시즘을 행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게 됨. 


아직 이런 구식 cdp를 씁니까? 대단한데요. 초에 성냥불을 붙이고 이런 저런 세팅을 하는 준호에게 조태오가 주절거렸음. 김신부는 뭐 저런 새끼가 다 있나 싶어서 기도 안참. 준호도 태오 무시하고 착착 세팅 중인데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음. 그도 그럴것이 한참 준비 중인데 방문 탁 열고 들어오더니 존나 화색 만연하게 인사하며 준호한테 아는 척 했거든. 준호도 그때 기억은 있었지만 개주인 얼굴은 몰랐음. 어~ 이거 그때 그 신부님 아니십니까. 그땐 저희 개들이 실례가 많았죠? 하면서 백팩에서 성수 꺼내는 준호한테 다가감. 허- 씨발 이게 무슨 냄새야! 하면서 입 쳐막고 밖으로 뛰쳐 나가긴 했지만. 다시 들어왔을 때는 준호처럼 코 밑에 치약 잔뜩 바른 상태였음. 근데 계속 아는 척 하며 찐득이며 달라붙는거심. 구마의식은 팽팽하게 긴장된 느낌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집중해야 하는데 쌩일반인(지위 여하를 막론하고)이 얄랑거리니까 김신부가 날카롭게 나가라고 말함. 떠라이 조태오는 빙긋 웃으며 최이사와 이야기 다~ 됐습니다. 이래뵈도 제가 저기 누워있는 애랑 20년지기 친구에요 친구. 아주 절친한 사이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조용히 구마인지 나발인지 치룹시다. 네? 하면서 적반하장임. 기가 찬 김신부님은 최이사한테 확인하고 올테니까 환자랑 태오 잘 지키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감. 준호는 고개 끄덕이며 불안하게 김신부님 나간 문 만 바라보겠지. 그런 준호를 잡아먹을 듯 주시하는 태오 보고 싶다. 근데 신부님. 그 얼굴은 이런 일 하기엔 좀 아깝지 않아? 하면서 옆으로 다가와서 어깨동무하며 목을 슬금슬금 주무름. 준호는 어쩐지 기모찌가 와루이해서 그 손 탁 쳐냄. 태오는 과하게 떨어져나가는 모션을 취하면서 건들거림. 그리고 신부라는 사람들이 말이야. 이런 사이비 같은 짓거리를 하고 엉? 얼마를 뜯어내건 나야 상관 없지만 표면상으로는 저새끼 친구라니까? 침대를 가리키며 킬킬 웃음. 완전히 사이비로 단정한 말투임. 이 냄새는 또 뭐냐고 진짜 시체 썩는 거 같은데- 하면서 환자에게 다가가려고 함. 놀란 준호가 태오 손목을 탁 잡음. 다가가지 마십쇼. 태오는 준호한테 잡힌 그대로 멈춰서 손을 내려다 봄. 뭐야. 손 잡았네? 난 누가 건드리는거 싫어하거든- 뭐 신부님이니까 봐주긴 하겠는데. 조태오 쥰내 으르릉 거리면서 말함. 악령 들린 것 같겠지. 아무 짓도 안했는데 괜히 쫄리는 기분이 들거심. 준호는 눈치를 보며 기어가는 목소리를 냄. 소금선 보이십니까. 태오가 고개를 끄덕임. 1미터 안으로 접근하지 마세요. 그리고 웬만하면 나가주신다면 더 고맙겠- 손 들어서 준호 말을 막은 조태오가 인상 씀. 알았어. 알았어. 근데 나가진 못하겠는데? 그 순간 김신부가 들어옴. 아가토, 세팅 끝났으면 시작하자. 준호는 눈짓으로 조태오를 가리키지만 김신부님은 신경 안쓰겠지. 다 이야기 됐다며 조태오한테 최대한 구석에 얌전히 있으라고 말하곤 구마 시작함. 태오는 사기 짓거리 구경이나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입맛 쩝 다심. 그대로 팔짱을 끼고 벽에 몸을 삐딱하게 기댔음. 그런데 구마의식이 진행될수록 말로 표현하기 힘든 소름끼치는 분위기가 지속되며 정신 나갈 것 같은 일들이 겹치자 조태오도 슬슬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을 것임. 갑자기 침대에 누워 있던 환자가 눈을 팍 뜨더니 핏줄 잔뜩 오른 얼굴로 뭐라뭐라 소리침. 염병! 깜짝 놀란 조태오가 욕지거리 하며 눈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 지켜보겠지. 호흡기 달고 의식도 없던 놈이 갑자기 중국어를 하는 거심. 직감적으로 이거 진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 그렇게 구마가 막바지로 치달을 수록 기과한 일들이 일어나고 그걸 쌩 라이브로 보게 되니 천하의 조태오라도 기겁할 수 밖에 없었음. 피토하고 저주 퍼붓고 애기 울음소리 내고 난리도 이런 개난리가 없음. 얼이 나간 싸이코패스 태오가 생에 처음으로 공포 비스무리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준호가 프란치스코 종을 땡 치면서 라틴어를 함. 준호가 한걸음씩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조태오는 성스럽고 경건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긴장해서 혀로 입술을 축였음. 악령이 이름을 실토하고 침대 밑에 묶인 돼지가 까맣게 변해서 꾸에엑 뀌에엑 하는 모습까지 다이렉트로 목도한 태오는 니미시발 욕을 입밖으로 내며 잔뜩 굳었음. 그때 준호가 케이블타이로 돼지 묶어서 자수 놓인 천으로 둘둘 말고 품에 꼭 안아 듬. 아가토 조심해라. 진이 빠진 김신부가 그렇게 말하자 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한 번 크게 들이키더니 그대로 밖으로 튀어 나갔음. 조태오는 그제야 그날 본 준호가 뭘 하고 있었던 건지 알 수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