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2017, A Taxi Driver)
감독 : 장훈
주연 : 송강호
★★★☆
그 시절 그 느낌, 가깝지만 멀었던 과거의 광주를 타지인의 눈으로 엿보다.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영상매체는 많다. 다큐멘터리는 적어도 수십개는 될 것이고 영화도 화려한 휴가, 박하사탕, 꽃잎 등 되짚어보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다. 택시운전사는 완벽하게 잘 만든 영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한지 한 달도 안되었지만 천만을 앞두고 있는 이유는 신선하기 때문이 아닐까?
주인공은 광주는 일면식도 없는 서울인(타지인)이다. 독일 기자만 만나지 않았으면 엮일 일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집세를 내기 위해 손님을 태웠고 목적지인 광주로 가게 된다. 텅 빈 고속도로를 달려서 김사복의 앞에 나타난 것은 엉망이 된 도시였다. 엉망이 된 거리에 상점들은 문을 닫고 여기저기 부서져서 무슨 전시상황이라도 되는 듯 보인다. 역사적 사실을 알고 보는 우리와 달리 주인공의 눈에는 모든 것이 어리둥절하다. 극중 등장인물이 그런다. 모르겠어라 우덜도 우덜에게 와 이러는지 라고. 그 심정이 절절히 와닿는다.
갓김치를 먹고 매워서 손부채질을 하는 독일 기자양반 장면은 정말 좀 빼도 됐지 않을까 싶었는데 극에 영향을 주는 주요 장면이 아니라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다. 좀 민망하긴 했지만;;
폐허가 된 도시에서 가까스로 돌아나와 서울로 돌아간 주인공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언론통제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고 뉴스만을 믿던 타지인들의 눈에 광주는 폭도들의 모임이었다. 진압하기 위해 징집된 군인들은 제 할 일을 하는... 더 나아가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영웅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가려진 진실로 인해 이미지가 변질되는 순간이다. 조작은 쉽고 그로인해 한 번 굳어진 믿음은 다시 뒤집히기 힘들다. 영화 도입부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주인공은 혼자 광주를 탈출해 다시 노래를 불러보지만 그때가 지금과 같을 수가 없다.(이 장면에서 내적갈등하는 송강호의 연기가 정말 대단했다.) 결국 광주로 핸들을 돌리게 된다.
영화는 모두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어떤 장면이 감동이었고 이 장면에선 가슴이 아팠고... 그런 느낌들은 모두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감상이다. 상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주인공과 기자를 보내주던 군인도, 과자통에 필름을 담아 한국을 떠나는 기자도, 차마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김사복' 이라는 가명을 알려주었던 주인공도 역사인 것이다. 때론 현실이 픽션을 능가할때가 있다.
재미있었다고 말하기엔 가볍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하기엔 슬픈 역사라 기분이 좀 먹먹하다.
그런의미로 전대갈이랑 일베충 씹새끼들 찢어죽여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