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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토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가끔 너의 멍청함에 머리 끝까지 화가 나는 순간이 있다. 그럴때면 나는 너를 속이고 기만하며 비웃는다. 답하듯 너는 예상했던 반응을 보여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속에서 나는 묘한 만족감을 얻는다. 하지만 끝에 가서는 너의 순진함, 아둔함, 직선적인 성격이 나와는 끔찍할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다. 그것이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 여기서 내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빼앗길 뿐이다. 그리고 우습게도 너는 네가 빼앗은 것이 뭔지 모른다.

나는 소망한다. 네가 이 감정을 모르기를. 나는 갈구한다. 네가 이 감정을 깨닫기를. 이 변덕을 알아주기를, 혹은 끝까지 모르기를.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껴주기보다 증오하고 고통을 주는 것에 더 큰 소질을 보이는 자들이 있다. 나는 칼끝에 너를 향한 사랑을 담는다. 그것을 증오로 포장해 너를 찌른다. 이런 내 마음을 너는 아마 평생 알지 못할 것이다. 내 변덕스러운 마음은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그 사이 칼날의 끝은 결국 나를 향해 온다.

나의 편협함과 이기심은 앞으로 받을 상처를 미리 감싸기 위해 두른 껍데기와도 같다. 이런 미련한 마음을 평생 품고서 살아가야 한다. 내 기질이 그러하다. 쉽게 변화시킬 수 없다. 질투, 증오, 분노, 혐오, 이와 같은 마이너스를 품은 감정들은 내안에서 더욱 증폭되어 앞으로의 행동에 제동을 건다.

너에게 고통이란 잠깐 받고 흘리는 것, 증오란 품을 가치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너에게 고통을 주고 증오를 퍼붓는다. 너는 그것을 금새 버릴 것이므로 나는 안심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사랑을, 신뢰를 준다더라도 너는 그것을 기꺼이 받을 것이다. 순수하게 기뻐하겠지.

 

하지만 나의 탐욕과 검은 욕망, 너를 향해 품고있는 이 더럽고 은밀한 감정을 알면 너는 경악할 것이다. 실망할 것이다. 나아가 나를 버릴 것이다. 나는 그것을 견딜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너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너를 보며 안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