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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준호 7 김신부는 담배를 물고 별장을 올려다 봤음. 아직 해도 지지 않았는데 구름이 잔뜩 낀게 을씨년함. 멀리서 덩치 큰 수행원들이 김신부에게 걸어 오고 있음.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이고는 반도 타지 않은 담배를 바닥에 던져 발로 비벼끔. 수행원들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으며 김신부는 앞장 서 걷는 남자들을 따라감. 터덜터덜 걷는데 별생각이 다남. 상황이 영 안좋음. 신식 별장 안에서 코너를 세 네번 지났을까. 접견실이 보임. 약간 떨어진 벽에 닫혀 있는 큰 문이 있음. 수행원이 노크하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림. 익숙한 목소리라 김신부는 인상을 쓰며 수행원이 열어준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감. 제일 먼저 보인 건 조태오임. 방글방글 웃으며 문 바로 앞에 서 있었음. 그리고 그 뒤로 병원에서나 보던 침대에 몸을 반..
태오준호 6 힘이 빠져 침대에 누운 준호는 손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울었음. 껴안고 있던 몸을 풀고 뒤로 물러선 태오는 뭐라 형용하기 힘든 기분에 휩싸여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렸음. 깔끔하게 넘겨 정리한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헝클어짐. 준호는 참을 수 없었음. 정신적으로 구석에 몰려 있었다지만 조태오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음. 그가 건드리는데로 반응하는 약해빠진 몸뚱이가 병신같다며 자책함.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것은 준호에게 치욕 그이상도 이하도 아님. 숲에서 얻어맞을 때보다 훨씬 괴로웠음. 마음이 확 꺾임. 성인남자로서의 자존심은 물론이고 성직자로서의 신념까지 와르르 무너졌음. 그들의 얼굴을 보고도 떨지 말리라 다짐했던 그때의 아가토는 어디로 간거냐 싶음. 태오는 흐느끼는 준호를 멍하니 보고 있었음. ..
태오준호 5 소파에 눕다시피 앉은 태오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고 창 밖을 노려봤음. 소나무가 싱싱함. 하늘도 푸르고 맑음. 반대로 태오 기분은 좆같이 시들시들하고 흐림. 의사가 부어오른 머리에 알콜솜을 톡톡 적셨음. 아. 태오가 심기불편한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음. 중년의 의사가 어깨를 움찔 떨었음. 이내 의사는 프로페셔널한 손놀림으로 찢어진 머리 가죽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둘둘 말았음. 김선생님. 태오가 조용히 부르자 의사가 급히 대답함. 네 라고 말하는데 끝이 조금 떨림. 왜 아직 안 일어나는 거죠. 태오의 말에 잠시 침묵하던 의사는 최대한 정중하고 희망적인 단어를 골랐음. 식사를 많이 못해서 부실한 영양상태인데 설상가상으로 산속에서 '굴렀으니' 쉽게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대답함. 가만히 의사..
태오준호 4 재털이에 담배를 비벼 끈 김신부는 건장한 경호원의 뒤를 따랐음. 비싸보이는 장식품들이 가득 놓인 복도를 감흥없는 눈으로 훑으며 지남. 사무실 문을 열자 죠태오가 있었음. 그는 허리를 일으켜 마호가니 책상에 잔뜩 쌓인 서류를 살피고 있었는데 굉장히 바빠 보였음. 오랜만입니다 신부님. 전화라도 한통 주셨으면 기다리실 것 없이 바로 모셨을텐데. 태오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말했음.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왔습니다. 김신부가 운을 띄웠음. 태오가 손짓으로 소파에 앉길 권했지만 김신부는 거절함. 바빠 보이시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것이 있다고 했음. 태오가 의아한 얼굴을 함. 김신부는 준호에 대해 물었음. 모월 모일 이후로 준호를 보지 못했냐고. 태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함. 그게 무슨 소..
태오준호 3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